* 트위터 커뮤니티 [타들어가는 양피지의 잿더미 속에]의 죽음을 먹는 자 측의 12월 22일자 편지글입니다.
* 편지의 언행에 욕설이 들어있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내용 자체가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언제나 죄송하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불기단 얘들아, 보고 싶다... ...
안녕, 불사조 기사단 친구들. 다들 잘 지내고 있나요?
과거의 친우들에게 보내는 편지긴 하다만. 존칭을 쓸지 고민하다가, 적어도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사용하기로 했으니, 어색하더라도 참아.
몇몇의 사람은, 어제 얼굴을 잠깐 마주하였던 덕분에- 생사 여부는 가볍게 확인은 했다만, 나머지 사람들은 잘 모르겠네요. 과거 소식은 신문을 통해서 가끔 전해들었지만, 일부에 불과하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우리측 친구들이 그쪽들을 보고 싶었나봐요. 귀찮아서- 그냥 풀어놓고 냅뒀더니, 술마시고 편지를 보내고, 만나기 전부터 사랑을 담은 예고장을 보내고 있더군요. 물론 말리지는 않았습니다. 재밌잖아요?
다행히 오늘은 제가 깃펜을 제일 먼저 잡았으니, 조금 정상적인 편지를 보내주려 합니다. 안부를 확인하는 편지는 처음이죠? 물론, 그쪽들과 우리는 만나면 죽이던 죽던, 둘 중의 하나 뿐인 관계지만 말입니다. 덧붙여, 지난 밤 우리 아르가 많은 신세를 졌네요.
나름, 우리측 친구들이 매일 편지도 열렬하게 보내주는데, 가끔은 먼저 보내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물론, 강요는 아닙니다. 당신들 쪽에는 우리 얼굴을 보는 것조차 껄끄러워할 사람들이 있을테니까요. 저번에 보내준 답장은 잘 받았어요. 장미 꽃이 참 예쁘던데, 누구의 마법인가요? 단순한 궁금증이니, 굳이 답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자던가 꽃집 주인이던가 그 중 한 명이겠죠. 하루에 보낼 수 있는 편지 수에 제한이 있는 건 아쉽더군요. 장미 꽃을 모두 하얀 안개 꽃으로 바꿔서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그러고보니, 어제 저를 찾았다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던데- 우습게도. 누블레도 가의 가주라는 위치의 인물이 그렇게 쉽게 대면할 수 있는 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해주시길 바란답니다. 어제는... 마침 시간이 나기도 했고, 전장이 어떻게 굴러가는 지 궁금해서 잠시 얼굴을 비추긴 했지만... ... 노릴 사람을 노려야지. 물론, 정 보고 싶다고 한다면, 그쪽에서, 제가 보고 싶은 사람들을 준비해서 대령하던가요. 물론, 농담입니다. 어차피 제게 당신들은 다 잊은 이들에 불과하니, 아무나 나오세요. 그래도 다들 죽기 전에, 얼굴 한번 쯤은 보고 싶긴 하지만.
오늘은 마주할 일이 없지만, 내일이면 몇몇은 만날 수도 있겠네요. 이쪽에서 희생이 나오더라도 원망할 생각은 없으니, 마음껏 발악해보세요. 어차피, 승리는 저희의 것이니.
당신들은 그저, 홀로 타오르고 재가 되어버리는 조류에 불과하니까. 정말,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From. S.N
추신, 저만 쓴 편지를 보내면 재미없겠죠?
우리측 친구들이 전해달라한 말들도 덧붙여드릴테니, 당신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사랑이니, 뭐니를 느껴보세요.
P.R " 사랑하는 친구들아, 너희를 정말 사랑하지만 내일의 일은 어쩔 수 없구나... 흑흑. (물론, 진짜 눈물은 아닌 거 알지?) 내일 웃는 낯으로 보자! "
A.H " 뭐하는 애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먹으로 싸우다니, 마법사는 마법사답게 제발 지팡이로 싸우자... "
N " 죽는 걸 무서워하지는 말고 기다리고 있어요. "
R.C " 그놈의 범법자 얘기 좀 그만해라, 지겨워죽겠어. "
불사조 기사단 측에, 깔끔한 필기체의 단문의 편지가 적힌 양피지 한 장이 도착합니다. 안녕, 다들 평안한 밤 보내고 있었나요? 이 편지를 받고난 후에도 마찬가지로 행복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하하하!
누군가가- 종이비행기 모양으로 곱게 접힌 양피지를 펼치면, 단아한 연보라색 꽃 한 송이, 페리윙클이 따스한 여름의 기운을 당신들에게 전해줍니다. 마음에 드나요? 당신들이 좋아하는 '즐거운 추억'을 담아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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