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위터 커뮤니티 [타들어가는 양피지의 잿더미 속에]의 하늘의 교환일기 글입니다.
* 하늘과 로빈이 4학년에서 5학년으로 넘어가는 평화로운 방학을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편하게 쓴 글이니, 부담 없이 받아주세요. 감사합니다.
001.
안녕, 로빈. 이제 너도 무사히 집에 도착했으려나? 나도 방금 집에 도착해서- 아빠한테 학교에서 보낸 시간을 자랑하고 오는 길이야. 그리고, 이제... 호그와트에서 집에 무사히 돌아온 기념으로, 우리의 교환 일기의 첫번째 장을 채우기로 했지.
왜냐하면, 내가 가장 기분이 좋을 때에 적은 글을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거든. 너는 집에 도착하니까 어때? 나는... 집에 온 건 분명 정말 좋지만, 역시 친구들이랑 너와 만나지 못하는 건 아쉬운 것 같아.
...그래도, 이렇게 일기를 적으면서 널 생각할 수 있으니까 나쁘지 않네.
아빠에게 전에 호그스미드에서 친구랑 같이 샀던 잉크도 자랑하고, 너에게 선물 받은 브로치도 자랑했어.
전에 편지가 왔을 때는 아빠가 바쁘셔서 연구실에만 계속 계셨었거든. 누구에게 선물 받은 건지 여쭤보셔서, 항상 밤 산책을 같이 하는 친구라고 하니까- 기억하시는 지 나중에 간식들을 더 챙겨주시겠대.
이번에 아빠와 항상 산책 나가는 길에 디저트 가게가 생겼다니까... 거기에 맛있는 레몬타르트를 팔았으면 좋겠네.
사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는 했지만... 역시 교환일기를 쓰는 것도, 사실 일기를 쓰는 것도 처음이라서 모르겠어. 어떤 걸 쓰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그냥 전에 말했던 대로 편하게 일상 일기를 쓰기로 했으니까. 가끔씩 이상한 글이 적혀있어도 그러려니 해. 알았지?
002.
좋은 아침. 어제... 학교에서 돌아오고,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일기를 쓰고나서 바로 잠들어버렸는데... 일어났더니 무릎이 자꾸 아프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투정부릴 곳이 필요해서 말이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아아... 벌써, 방학이 하루나 지나버렸어...! 내 소중한 방학이 벌써 이렇게 지나버리다니... 남은 방학은 조금 더 알차게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하늘도 보고, 낮잠도 자고... 더 짜릿하게 후회없이 즐겨야겠어.
물론, 산책도 가끔 나갈 거지만- 오늘은 날이 하루종일 흐릴 것 같으니까, 그닥... 나갈 기분이 아니네.
오늘의 할 일.<Advanced Rune Translation> 12장 공부마치기<Confronting the Faceless> 8장 공부마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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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오늘도, 똑같은 하루였어. 공부하고, 책 읽고, 낮잠자고... ...그리고 오늘은 날이 많이 개여서 밤에 달을 관측하러 가기로 했어. 마침 오늘은 만월이 뜨는 날인데- 너희 집에서도 달님이 환하게 잘 보이려나?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고보니... 어렸을 때, 아빠가 보름달에 소원을 비는 방법을 알려주셨었는데. 너한테도 알려줄게. 자, 나중에 일기를 받으면 만월이 뜨는 날에 따라해봐.
먼저, 오늘처럼 구름없이 맑은 날에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엄지 손가락이랑 검지 손가락으로 동그란 고리를 만들어. 그리고, 달님의 가장자리가 꼭 들어맞게 한 뒤에 마음 속으로 소원을 비는거야. 이렇게 까지면 너무 쉽지?
자, 이제 네가 빈 소원의 내용은 한번 빈 후에는, 이루어지기 전까지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되고... 7번의 밤이 지나는 동안 항상 같은 소원을 빌어야지 달님이 네 바람을 이루어준대.
지금까지는 딱히... 7번의 밤이 지날 동안이나 빌 중요한 소원은 없었는데. 어쩔까? 널 보고 싶다고 소원을 한번 빌어볼까.
하지만, 7번씩이나 소원을 빌기 전에 방학이 다 끝나서 널 학교에서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 다른 소원을 생각해야겠어.
004.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올 것 같아. 물론, 영국 날씨는 언제나 그랬으니, 이상할 것은 없지만... 원래, 오늘 산책을 나가서 저번에 말했던 디저트 가게에 가고 싶었거든.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겠지. 하루종일 책이나 읽어야겠다.
오늘의 할 일.<The Atmosphere> 14장 공부하기<Weird Wizarding Dilemmas and Their Solutions> 심심풀이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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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있지, 오늘은 날이 마침 좋을 것 같아서- 오랜만에 아빠랑 같이 산책을 나갔는데, 골목길에 뭔가 검은 덩어리가 바들바들 떨고 있길래 다가갔더니, 버려진 아기고양이더라고. 아빠가 말씀하시기를,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서 어미고양이에게서 버려진 것 같다는데... 상태가 많이 안 좋아보여서 일단 동물 병원으로 데려갔어. 아무리 그래도, 눈앞에서 죽게 둘 수는 없었거든. 머글 세계에는 동물들이 가는 병원이 따로 있는데, 마법세계에도 따로 있으려나?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수의사 선생님께서, 고양이는 다행히 영양상태가 부족한 것 빼고는 아픈 곳이 없다고 하셔서- 주사랑 영양제를 놓아주고 우리집에 데리고 왔어. 계속 눈을 감고 있어서- 눈 뜬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엄청 작고 귀여워. 털은 내 머리색이랑 똑같은 검정색. 얘가 빨리 건강해지면 좋겠다. 나중에 네가 보고 싶다고 하면 고양이한테 허락받고, 사진 찍어서 보내줄게.
그러고보니, 너는 고양이를 별로 내켜하지 않았었나? 학교에 있었을 때... 그런 일을 당했으니, 싫어할만은 하지만... 그래도, 나는 사실 고양이를 좋아했거든. 물론, 내가 고양이가 되는 걸 좋아했다는 뜻이 아닌 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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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
지난번에 일기에서 말한 고양이 말이야. 이제 눈도 뜨고, 혼자 걸어다닐 정도로 괜찮아졌어. 너무 조그만게 걱정이긴하지만... 그래도 나름 많이 건강해진 것 같아. 울음소리도 엄청 귀여워. 먀옹, 하고 우는데 가끔 싫을 때는 단호하게 울더라.
맞아, 그리고... 고양이, 아빠가 키우자고 하셔서... 키우기로 했어. 사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반려동물을 들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는데- 그래도, 아빠가 괜찮다고 말씀하셨을 때. 그때 엄청 기쁘더라.
이름은, 잠깐 고민했는데- 역시 검은 털이니까 깜장이라던가, 블랙이라던가, 까미라던가...가 어울릴 것 같아서 말해봤더니, 고양이가 극구 반대를 하더라고. 고양이가 어떻게 반대를 하냐고? 직접 봐보면 알거야. 얘 진짜 똑똑한 고양이인 것 같아. 멍멍이든, 고양이든 자기들 반려 동물들이 제일 천재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알 것같아. 우리 애도 천재거든.
아무튼, 이름은 결국 전에... 너한테 말했던대로 '프랭클린'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애칭은 '프린'. 근데, 제일 좋아하는 호칭은 '린'인 것 같아. 린이라고 부를 때, 울음을 제일 길게 끌거든.
아무튼, 방학이 끝나자마자는 무리겠지만... 내년 부활절 방학 때 학교에 데려가보기로 했으니까, 그때 인사해봐. 물론, 네가 그 전에 우리집에 놀러온다면 미리 볼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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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
내가 한가지 놀라운 소식을 알려줄게. 나... 한 달도 안돼서 키가 5cm나 컸어! 역시, 우리 부모님이 키가 크시니까 당연히 나도 엄청 클거라고 말했잖아. 이대로 우리 학년 친구들 모두를 내려볼 수 있을 정도로 클테니까, 두고 봐...
오늘은 날씨가 맑아서 잠깐 산책을 나갔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수국이 화사하게 피었더라.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비가 오면 꽃잎이 다 떨어져 버릴테니까. 먹구름이 몰려오지 않기를 바래야겠네.
올해 상반기 연구가 끝난 기념으로, 아빠가 케이크를 만들어주셨는데... 정말 아빠한테 말씀드리기는 죄송하지만 정말... 너무,맛이 없었어. 내가 뭐든 잘 먹는 편이라 다행이지.... 아빠도 자기가 만드셨으면서 못 드시더라... 결국 내가 다 먹긴 했는데... 아빠의 요리실력 만큼은 닮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오늘의 할 일.<The Dark Arts Outsmarted> 2장 공부하기<Advanced Potion-Making> 5장 공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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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
어제 다음 달에 공부할 책들을 사러, 다이애건 앨리에 갔는데... 분위기가 영 안 좋더라. 호그스미드는 그나마, 호그와트가 가깝기도 하고, 학생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치안이 괜찮은 편이었는데- 이쪽은 아닌 것 같아. 너도 나중에 갈 일이 있으면 조심해. 일부러 아빠한테 마법사용 망토를 씌워드려서 다행이지... 너희 쪽은 그래도 괜찮지?
맞아, 나간 김에 프랭클린에게 줄 간식들을 샀는데, 너희 츄츄랑 블레이크에게 줄 간식들도 같이 샀어. 나중에 일기장 보내면서 같이 보낼게.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 너희 애들은 간식 어떤 걸 제일 좋아해?
프랭클린은 닭가슴살도 잘 먹는데, 특히 단호박을 좋아하더라. 덕분에, 나도 요즘 단호박을 질리게 먹고 있어. 나중에 단호박으로 파이라도 만들어볼까? 아빠가 전에 케이크 만들기에 실패하시고서, 요리 공부를 하시겠다고 사온 요리책이 어딘가에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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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
요즘 상황도 그닥 좋지 않아서, 부엉이를 빌리기도 애매하고... 그래서 어쩌다보니 한달동안 혼자 일기장을 채워버렸는데- 역시 혼자서 쓰는 건 어렵네. 가끔은 깜빡하고 안 쓴 날도 있지만 봐주라. 요즘 잠이 영 오질 않아서, 계속 책만 읽다보니까- 하루가 갑자기 지나버리는 바람에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거든.
한동안 이 일기장을 못 쓸거라고 생각하니까, 조금 아쉽다. 그냥 보내지 말까 고민했지만- 역시 네 얘기도 많이 궁금하니까. 특별히 보내줄게. 프랭클린이 너한테 인사하겠다고 내 잉크 병을 엎어서 자기 발자국도 찍어줬으니까.
남은 방학 잘 보내고, 일기 쓰다가 중간에 한번 보내줘. 까먹어버리지 말고. 알았지?
여름의 향이 깊어져가는 7월의 마지막 날, 당신에게 부엉이 한 마리가 도착합니다. 단아한 꽃향기를 물고 날아온 부엉이는 당신의 손 위에 깔끔한 단색의 노트와 검은색 상자 하나를 두고 다시 날아가네요. 왼쪽 한 구석에 S. 한 글자가 적힌 연청색의 노트를 펼치면, 중간중간 남보라색의 반짝이는 잉크가 묻어난 흔적이 있지만, 정갈한 필기체로 적힌 글씨로 한달간의 그의 이야기가 짤막하게 적혀있습니다.
이전과 같은 당신의 눈색을 닮은 푸른색 리본끈을 푸르고, 상자를 열면- 그 안에는 꽃향기가 아직 은은하게 남은 수국과, 당신의 친구들이 먹을 간식들이 가득 들어있네요. 이 일기장은 당신이 원하는 때에 돌려주어도 됩니다. 결국, 우리는 호그와트에서 다시 만나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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