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하루하루마다, 짧은 글을 써내린 공책일 뿐인데. 어느날 보니, 더 이상 잉크를 써내려갈 공간이 없어서, 지팡이를 두드리며... 매일 한 장, 한 장 늘려가다가....결국, 마지막 한 장은 아무것도 채워지지 못한 채 공백으로 남아버렸지만.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닌데. 어느새 빛바래도록 낡은 티가 나서. 더이상 헤지지 않도록 마법을 걸어두었는데, 이제는 쓸 일이 없으니... 내 책상 서랍 한 켠에 그저 장식처럼 가지런히 남아 있을뿐이지.
정적 속에서 흐르는 눈물이 무겁게 떨어져서 심장을 두드린다. 한참 동안이나 울고 있는 네 모습을 그저 가만히 지켜보았다. 널 떠나가게 하는 게 아니라, 제 스스로 널 내버려두고 가면 될텐데.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아서. 우두커니 선 채로 멍청하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자신이 지나치도록 이기적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의지하고 믿었던 이가 제게서 떠나갔을 때에 남겨진 이가 어떤 심정으로 그를 붙잡는 지도 알고있다. 하지만 결국 이 자리에 선 자신은 오롯이 네게서 떠나가겠다 선언하는 입장에 서있을 뿐이니. 나는 내가 상처받은 일을 네게 똑같이 저지르고 있으니까. 그러니, 너는 결코 나를 용서해서는 안 돼.
" ...아무리 아름다운 하늘이라도, 어차피 보지 못한다면...내겐 아무런 쓸모가 없잖아... ...내가 누리지 못할 행복이라면, 이기적인 마음을 품기 전에 꿈꾸는 것조차... 이젠 버거우니까. 그저, 그만두는 걸 택했을 뿐인데. "
상처가 벌어지든, 곪아서 결국은 손 쓸수 없게 되어버리든, 아무리 아파도 어차피 죽지만 않으면 내 목숨은 어찌되든 붙어있을텐데. 그런데, 왜... 너까지 같이 상처받으면서까지 날 붙잡을 필요가 있어? 이해할 수가 없어.
" ... ...모르겠어. "
왜, 네가 이렇게까지 제 곁에 남겠다고... 내가 너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떠나가겠다, 선언하는 네 목소리에 문득 네 눈을 피하려 푹 숙였던 고개가 절로 들어졌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돌이킬 수 없도록 네게 큰 상처를 남겼겠지. 이어지는 네 말에 혼란에 빠져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하고, 입술을 꾹 물었다. 매몰차게 밀어낸만큼 상처받은 네 모습이 제 시야에 선명하게 들어차자,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게 미소짓는 그 얼굴이, 누군가를 닮아서. 너는 그저, 울고 있을 뿐인데. 누군가가 목을 조르는 것마냥 숨이 턱 막혀와서 부자연스럽게 제 목가를 메만진다.
문득 가슴께에 닿아오는 네가 내려준 별빛이, 무의식적으로 꾹 쥔 손에 거슬리도록 선명하게 느껴지는 은빛의 고리가. 애써, 지워냈던 미련이 흘러넘치도록 일렁여서.
" ... ... "
애써 제게 미소를 지어보이는 너를 품안에 조심스럽게 끌어안을 수 밖에 없었다.
이것 봐, 결국... 어느 것 하나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질 않잖아.
*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마찬가지로... 부담없이 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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