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VE

남겨진 이들에게

 

 

 

... ...

 

 

날이 여전히 춥습니다.

 

 

다만 바람에 서민 찬기운이 차차 사그라지고, 창 너머로 햇살이 드는 것이 참으로 따스하더군요.

 

아무래도 곧 봄이 찾아올 듯합니다. 

 

 

아직 우리는, 암흑이 내린 설원에 아름드리 비치던 지팡이 불빛의 끝을 쫓던 그곳에 서있는 것 같은데. 

 

야속하게도 시간이 참 느리면서도 빠르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드네요.

 

... ...

 


당신들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나요?

 


여전히라는 말을 쓰기 무색하도록.

 

안타깝게도 과거의 우리는 힘든 시간을 보냈고,

 

아무래도 현재까지 그 잔재가 이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곧 찾아올 봄에는 벚꽃이 피어날 것이고,

 

이어질 여름의 장마 끝에는 녹림이 우거질 것이며,

 

 

풍요로운 가을이 저물어가며 낙엽과 함께 메마르고,

 

흰 눈이 온 세상을 하옇게 덮을 즈음에

 


당신들은, 또다시 깨닫고 말 것입니다.

 

... ...

 

아, 전쟁은 끝이 났구나.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고, 사랑하는 이들은


흐린 잿더미가 되어 나의 세상을 아득하게 물들였구나.

 

 


... ...

 


그러나, 오롯이 간절하도록

 

단 한 가지 당신들께 바라는 것이 있다면.

 

 


행복했던 추억도 가슴 아팠던 기억도,


더 이상 당신의 뺨에 흐르는 물기에 담기지 않기를.

 

별의 종말은 그저 그의 순리를 따랐을 뿐이며,

 

그들의 죽음에 당신이 결코 죄책감을 갖지 않기를.

 

 

... ...

 

 

어둑한 하늘에 찬란하도록 희게 비치는 만월이

 

별빛을 삼키고 홀로 아득하게 빛날 때면, 

 

 

한송이의 허상의 꽃이 타올라 

 

재회의 땅에 다다를테니. 

 

 

'EV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사조 기사단 유품 모음  (0) 2021.02.08
죽음을 먹는 자 유품 모음  (0) 2021.02.05
타양 정리 문서  (0) 2021.01.25
Sky Elin 대사 모음봇 사용 설명서  (0) 2021.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