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던 이는 어떻게 되었지?
* 트위터 커뮤니티 [타들어가는 양피지의 잿더미 속에]의 하늘의 1학년 로그 글입니다.
* 후반부서부터 비행수업 이벤트와 관련하여 하늘의 고소공포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 하늘과 행복한 호그와트 생활해주셔서 언제나 감사합니다.
하나둘 곱씹어보아도 행복한 기억만이 흘러넘치는 호그와트에서의 생활이 이어졌다. 학교 생활은 그저 생각만으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즐거웠고, 호그와트를 향하는 열차에서, 그리고 호그와트 연회장에서, 각종 사건 사고에 휘말려가며 사귀었던 같은 동년배의 친구들은 모두 하늘에게 상냥하고 친절하게 굴어주었다.-그러니까 부친의 서재에서 간혹 읽곤 했던 아동용 소설에서처럼, 이름이 웃기다는 이유로 처음보는 친구에게 시비를 걸거나 비웃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 중에는 괴짜같은 면모를 가진 친구도, 하루라도 사고를 치지 않으면 안되는 지 저녁때만 되면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친구들도, 그것을 말리고, 또 그러다 휘말리고, 각양각색의 친구들이 한 곳에 모였지만 하늘은 아직까지는 큰 문제 없이 마법세계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제 하나뿐인 가족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겠지.
마법 세계로의 첫 발걸음, 그러니까 호그와트로의 입학 안내서를 받았을 때. 하늘은 또래보다 명석한 머리로 어떠한 사실을 빠르게 이해하고 알아차렸다.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과, 영국의 어린 마녀, 마법사들은 저...호기와크-분명 이런 이상한 이름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원래 이름도 우습기 그지 없었던 것 같으니 별로 상관치 않는다.-라는 이름의 마법 학교에 입학을 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그 학교가 기숙사제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하늘이 마법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7년간 제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방학 때만큼은 가끔 집에 돌아갈 수 있겠지만.
머글 세계에서 학교에 들어가지 않고 홈스쿨링을 한 것은 제 부친의 뜻도 어느정도 있었겠지만- 하늘의 의지도 있었다. 아마도, 제 부친은 하늘이 학교를 가고 싶다고 말했더라면 당연히 들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늘은 그러지 않았다. 자신이 학교에 가면 제 아버지는 홀로 집에 있어야 할테니까. 그러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하늘은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도, 마법이라는 비과학적인 것도, 유쾌한 이름의 마법 학교에 대한 것도 큰 감흥이 없었다. 다만, 제게 편지를 배달해준 귀여운 부엉이에게는 꽤나 흥미가 동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하늘은 제 부친에게 초콜릿 케이크를 특별히 허락받는 일 년 중 유일한 하루인 제 생일날을 방해한 저 편지에 대한 빠른 판단을 마치고, 부친에게 말했다. 아니, 말하려했다. 아빠, 난 저 이상한 이름의 마법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요. 왜냐하면...
" ...호그와트라... 그래, 하늘아. 학교에 들어가자꾸나. "
하지만 제 부친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뜻을 보였다. 그 심성과 같이 나긋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하늘이 마법학교에 가야한다는 사실을 단정지어버렸다. 하늘이 마법사라는 사실에도 처음에는 조금 놀란 듯하였지만, 이내 빠르게 수긍을 하는 듯 했고- 그리고 어째선지 편지를 배달해온 부엉이를 빠르게 내쫓아버렸다. 그것만큼은 조금 아쉬웠던 것 같다. 마법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첫번째 이유로 저 학교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려던 하늘은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제 부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리고 입학 안내서에 대한 답장은 빠르게 처리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 이 학교에 오게 되었지.
...마법 세계에서의 학교 생활은 나쁘지 않아요. 아빠가 말씀하신대로 친구들도 사귄 것 같아요. 많이는 못 사귄 것 같지만... 그래도 역시 마법 학교라서 그런지 재밌는 친구들이 많더라구요. 상냥하고 친절한 친구들도요. 마법세계에 대해서 모른다고 하니까, 다들 잘 알려줘서 고마웠어요. 물론, 고맙다는 인사도 전했구요.
학교에 기숙사가 네 곳이 있는데, 그 중에서 슬리데린이라는 곳에 들어왔어요. 학교에서 기숙사 배정을 어떻게 하는 줄 아세요? 저는 기숙사 배정식이 있다길래, 당연히 시험을 치러서 들어갈 줄 알고 걱정을 했는데- 아니 글쎄, 이상한 노래를 부르고 말하는 모자를 쓰니까 한 명씩 기숙사를 배정해주더라구요. 그래서 저보고 슬리데린에 가라고 하더라구요. 무슨 이상한 말을 하기는 했는데- 역시, 모자가 하는 말이라서 그런지, 이해는 못하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 같아요. 마법세계에 대한 건 하나도 모르니까, 시험을 보는 것보다, 이상한 모자가 가라고 하는 곳에 가는게 나을지도 모르죠. 저 슬리데린이라는 기숙사 이름도 겨우 외웠거든요. 그래도, 다른 공부들은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마법약은 예전에 아빠랑 같이 했던 화학 실험이랑 비슷해서 재밌더라구요.
그래도 이 학교는 별을 보기 참 좋은 곳인 것 같아요. 커다란 고성, 그러니까 학교 건물 앞에 넓은 호수가 있는데- 한적하고 밝은 빛도 없어서 밤이 되면, 하늘에 별이 선명하게 보여요. 산책을 나가면서 가끔 아빠가 선물해주신 망원경으로 달을 보고 있는데, 만월로 차올랐다가 천천히 기울어가는 중이네요. 편지가 도착할 즈음에는 반달이 되어있으려나요.
아빠는 어떻게 지내세요? 편지는 한달에 한 번만 하기로 약속했지만, 그래도 입학식에 대한 이야기를 빨리 하고 싶어서 이번달 편지는 조금만 이르게 쓸게요. 크리스마스가 되어야지 방학이 잠깐 있다는데, 벌써부터 보고 싶어요. 제가 없다고- 하루종일 서재에만 계시지 마시고, 하루에 밥은 두끼 이상 잘 챙겨먹고 계시죠? 저야 물론 잘 챙겨먹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하늘이잖아요. 쓰다보니, 편지가 조금 길어졌네요. 다음번에는 양피지 한장 분량 지켜서 보낼 수 있게 노력할게요. 잘 지내세요.
추신. 학교 가기 전에 챙겨주신 박하사탕. 더 보내주실 수 있나요? 기숙사 친구들이랑 나눠먹고 싶어서요. 가끔 책 읽으면서 하나씩 먹고 있는데 맛있더라구요. 그리고, 리본끈이 필요할 일이 있을 것 같은데- 고운 색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물론, 제꺼는 충분히 챙겨두었으니까 괜찮구요.
행복한 하늘이 아빠에게.
" 쉬이, 가만 있어봐. 우리 아빠는 부엉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내 편지를 전해준 뒤에는- 잠깐 나가서 놀고 있다가, 다시 편지만 받아서 잽싸게 돌아와야해. 알았지? 작은 친구, 착하지... "
부엉이장에서 유독 눈치가 빠르고 똘똘한 아이에게 편지 배달을 맡기기 위해 하늘은 학교의 부엉이들에게 간식거리를 챙겨주었다. 하늘이 건넨 말린 육포를 한입에 꼴딱 삼켜버린 부엉이는 짧게 고개짓을 하고는 편지를 발목에 이고 청명한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호그와트를 향하는 급행 열차에서, 친구들이 데려온 패밀리어들을 처음 보았을 때는- 차마 다가가지도 못하고 고민을 하곤 했었지만, 호그와트에서 생활하면서 아침마다 연회장에 날아들어오는 부엉이들의 향현을 매일같이 보고 있으니, 그들에게 꽤나 적응을 한 지 오래였다. 제 친한 친구들이 키우는 맹금류들을 아마도 자주 만나보기도 하였고.
하늘은 푸른 하늘에 박힌 검은 별처럼 멀리까지 날아간 부엉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부엉이장에서 나와 빠른 걸음으로 학교 정원으로 향했다. 그러고보니, 다음 시간이 비행 수업 시간이었던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서, 지나가는 친구들에게 넉살좋게 인사를 건네고는 하늘은 발걸음을 바삐하였다. 오늘은 빗자루를 타고 처음으로 날아오르는 날이었다.
간혹 동화나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마법사, 마녀들은 언제나 낡고 못생긴 빗자루를 들고 있었다. 물론, 과거에는 이런 빗자루로 마당을 쓸거나 하는 일이 흔했을 터이니- 마법세계 사람들도 나름 머글들에게 마법의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한 것이겠지. 하지만 누가 그것들을 널리 퍼트려버린 것인지. 이미 머글들은 마법사들이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론, 상상 속에서 말이다. 그들은 마법세계의 존재를 모르고 있으니까. 자신도 원래는 마법사들의 존재를 모르고 그저 공상 속의 존재들이 아마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 라고 상상을 할 뿐이었지만. 이제는 그 공상 속의 존재가 되었으니, 그에 맞춰서 살악야겠지.
하늘은 제 앞에 놓인 낡고 괴상한 모양의 빗자루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어 비행 수업을 지도하는 교사의 말을 집중해서 듣기 시작했다. 수업의 시작은 간단했다. 학생들을 환영하고, 가볍게... 날아본다니. 처음부터 바로 실습을 시작하는 건가? 하늘은 교사의 말에 입술을 꾹 물며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당연하다는 반응였다. 오히려, 당장이라도 날아다닐 준비를 하는 학생들까지 보였다. 하긴, 그럴 수 밖에. 하늘은 의연한 기색으로 동요를 숨기고, 군말없이 교사의 지시를 따랐다. 그러니까, 빗자루에게 손을 뻗어서- "위로" 라고 외치면...
다행히, 하늘의 마법적인 재능은 뛰어났던 덕분인지 빗자루는 쉽게 그의 손에 잡혔다. 하늘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제 손에 들린 빗자루를 바라보다가 주변의 친구들의 모습을 다시 둘러보았다. 곧장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친구, 빗자루가 말을 잘 듣지 않는 것인지 여기저기서 온갖 빗자루를 꺼내다가 위로! 위로! 하고 반복적으로 외치고 있는 친구, -하늘은 그 모습을 보고 결국 웃음을 짧게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쟤는 왜, 빗자루에 거꾸로 매달려 있지? 아무튼, 친구들이 빗자루를 타고, 던지고, 공중제비를 돌고,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하늘은 느지막하게 빗자루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대로 높이 비상.
그래,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오늘의 날씨는 하늘이 바랬던 대로 구름 한점 없이 맑고 선선했고,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바람도 좋았다. 다행히 학교의 낡은 빗자루들 중에서도, 좋은 빗자루를 고른 덕인지, 아니면 비행에 대한 마법적인 재능이 뛰어난 덕인지 청명한 하늘로 날아오는 것 또한 문제가 없었다. 그래, 아까 자신이 날려보냈던 그 부엉이처럼. 하늘은 높이 날아올라서, 광활하도록 드넓게 펼쳐진 하늘에 아득하게 닿는다.
둥실, 떠오르는 감각이 낯설어서 아마도 도중에 눈을 꾹 감았던 것 같다. 문득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와, 빗자루를 타고 날아오른, 친구들의 웃음소리에 눈을 뜨면- 어느샌가부터 떨리고 있던 손에 꼭 쥐어진 빗자루가 우두커니 멈춰져있었다. 호그와트의 고성의 지붕이 보일정도로 높은 곳까지 다다라, 멀리 아래서 아직까지도 빗자루와 난투를 벌이고 있는 친구들이 자그마한 난장이처럼 보여질 정도였다. 얼굴에 맞닿아오는 높은 곳의 바람에 하늘의 두 뺨이 아릿하도록 시려왔다.
망토를 꾹 여몄는데도, 셔츠깃 사이로 파고 들어오는 바람에 순간 등골이 서늘했다. 까마득하도록 높은 하늘에, 금방이라도 저 푸른 하늘이 손에 쥐일 것 같이 선명한데. 왜, 아무것도 잡히지 않지? 순간 실감하고 만 자신의 위치에 방금까지도 시야에 맑게 잡히던 하늘이, 제 아래로 드넓게 펼쳐진 풍경이, 흐릿하게 물들더니 이내 어지럽게 섞이기 시작했다. 분명히 멀쩡하게 들이마시고 내뱉었고 있었던 호흡이 점차 거칠어지더니 숨이 탁 막혀오는 기분이 들었다. 떨리는 손에 고이기 시작한 식은 땀에 어떻게서든 꼭 잡고 있었던 빗자루가 미끄러질 것 같아서 하늘은 입술을 꾹 물었다.
여기서 떨어지면... 바로 죽는 걸까. 마법을 쓸 수 있다고 해도, 목이 부러지면 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사람은 머리부터 떨어진다던데. 머릿 속에 평소에는 신경쓰고 살지도 않았던 사실들이 가득 차서 멀쩡한 사고를 하기 힘들었다. 자신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조차도 거부감이 들 정도로 정신이 아득하고, 온몸이 떨려왔다. 추락하는 것이 두려웠다. 하늘 높이 날아올라서, 다시 멀쩡히 지상에 발을 디딜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아득하게 지평선 너머로 져내리는 태양의 빛 때문인지 시야가 하얗게 물들어서 앞이 보이질 않았다.
겨우,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나니 하늘은 어딘가에 뉘어져, 멀쩡히 지상으로 돌아와있었다. 물론, 제가 눈을 뜬 곳이, 자신이 아는 호그와트의 비행 수업 연습장이 아니었던 것과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문제였지만. 아마도, 들어보니 병동 치료사의 말을 들어보니, 멀쩡히 떠올라서 빗자루에 매달린 채로 한참을 가만히 있으니 이를 이상하게 여긴 교사가 하늘에서 정신을 잃은 하늘을 병동으로 데려온 듯 했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아주 멀쩡하게. 하늘은 지상으로 살아돌아온 것이다.
하늘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웃기는 일이잖아, 이름이 하늘인데 하늘을 무서워하다니. 게다가 하루에 몇번이고, 수십번이고, 어쩔때는 수백번이고 바라보는 그 하늘을, 자신이 두려워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래, 오늘 밤에 뜨는 별은... 이상하게 보고 싶은 기분이 들지가 않네. 나는 이런 것따위 알고 싶지 않았어.
어리석게도, 하늘에 닿으려던 이는 땅으로 추락해 온 땅을 붉은 빛으로 물들였단다. 그렇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