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AU

[TYAU] 로판 1부

CHAM_B 2021. 1. 15. 01:30

* 트위터 커뮤니티 [타들어가는 양피지의 잿더미 속에서]의 로판 AU 관련 썰 정리글입니다. 
* 오너님들께서 풀어주신 타양 친구들의 설정을 참고해 썰 타래를 백업하며 일부 수정을 거쳤지만... 스토리 진행과 문맥이 부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1차 퇴고를 거친 글입니다.  
* 로판 AU를 함께해주신 타양 장르의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우리 타양 영원히 사랑해!!
* 둌(@404_commu_)님께서 추천해주신 1부 BGM : youtu.be/r5QrJ23lxt8 << 들으면서 읽어주세요!!
 
 
 
 
 
 

Ash 

 하나의 거대한 땅 덩어리로 이루어진 에쉬(Ash) 대륙은 사방위마다의 특성이 매우 확연하게 드러난다.

 중앙의 수도를 중심으로 동부 지역에는 마탑과 대도서관이 자리하고 있으며, 북동쪽에는 험난한 산악지대가 존재한다. 서부 지역은 위 아래로 나뉘어져 북서쪽에는 넓은 사막지대, 남서쪽에는 대평원과 대산림이 펼쳐져있다.

 남부 지역은 타 대륙과의 활발한 무역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항구도시가 존재한다. 중앙의 수도와 마찬가지로 마물이나 마수의 피해가 비교적 적기 때문에 대륙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반대로,
북부 지역은 거주민들이 가장 적고, 마물과 마수들이 가득하고 사시사철 눈이 내리는 척박한 땅이다.  

 


 
Prologue.
 
 
 북부의 설원, 오랜 잠에서 깨어나 유희를 즐기며 방랑하던 마룡이 여행 중에 사귀게 된 그의 친우의 추천으로, 라인하트 공작가의 영지에 방문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제국의 개국 신화에서부터 등장하여 현재에 이르르기까지, 그 오랜 세월을 살아오고 앞으로도 영생을 살아갈 마룡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평생을 사랑할 연인을 마주하게 되죠. 마룡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자신의 심장을 바쳐 목걸이를 선물합니다. 말 그대로 '용의 심장', 그것을 소유한 이는 영원을 사는 마룡과 함께 평생을 함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문제가 된 것은 '용의 심장', 그 목걸이의 존재에 대한 소문이 암암리에 대륙를 떠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자네, 그 소문 들었나? 북부의 마녀가 이제는 한 나라를 휘어잡을 무기를 손에 넣었다군.

-내가 듣기로는 영원히 살 수 있는 불로장생의 목걸이를 선물받았다고 하던데?

-용의 심장! 그 목걸이만 있으면, 에쉬 대륙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텐데!
 
 
 하지만 마룡은 제국의 건국 설화에서부터 등장할 만큼, 유명한 존재였습니다. 적어도 에쉬 대륙에서는 마룡에게 해코지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이는 없었죠. 물론, 생각은 할 수 있겠지만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에쉬 대륙의 상징이자, 그 자체였으니까요. 
 
 하지만, 에쉬 대륙을 노리던 타 대륙의 나라에서 '용의 심장'에 대한 소문을 듣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설원의 라인하트 가의 영지에 침입합니다. 설원의 고요함과 평화는 순식간에 깨어지고, 목걸이는 흑마법의 주술에 갇혀 에쉬 대륙을 상징하는 마룡이 모든 힘을 잃은 채로 적들의 손아귀에 넘어갑니다.
 
 
 에쉬 대륙 그 자체나 다름 없는 마룡의 심장에 문제가 생기자, 대륙 전체가 난장판이 됩니다. 북부의 설원에는 지진이 일어나고, 남부의 항구 도시에는 해일이 일었습니다. 동부에는 역병이 돌고, 서부에는 대 재앙이나 다름 없는 기상이변이 찾아옵니다. 
 

[ 유안 ]

 에쉬 대륙을 수호하는 마룡. 에쉬 대륙의 상징이자, 그 자체.

 그는 언제나 세상의 순환과 진리를 사랑한다. 

 제국의 건국에서부터 두 번의 동면 이후, 세번째 유희로 방랑하는 마법사로서 북부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설원의 폭군이라 불리는 누블레도 공작과 친우가 되고, 라인하트 공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연인에게 자신의 심장을 바쳐 만든 목걸이, '용의 심장' 를 선물하였다. 

 
 


 
 

 1부 上 

 
 
  가장 먼저, 동부에서는 고열로 앓아눕거나 갑작스럽게 각혈을 하면서 쓰러지면, 약 사흘을 내리 앓고 그 안에 손 쓰지 못하면 결국 죽고마는 역병이 돌기 시작합니다. 동부 마탑의 마법사들은 대부분 고립적인 성격이었던 탓에 역병을 최대한 자신들끼리 해결을 하려했지만... 노련한 마법사들의 회복술로도 역병의 치료는 불가능했습니다. 역병은 순식간에 퍼져나가고, 마법사들은 한참의 시간이 흘러서야 역병을 신성력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하지만 동부 마탑과 중앙의 교회는 애쉬 대륙에 제국이 건설되었을 때부터 현재에 이르르기까지 오랜세월 동안 철천지원수보다도 못한 관계였고, 교회에서는 동부에 역병이 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도, 신관과 사제들을 일절 파견하지 않습니다. 
 
 동부 마탑에서도 처음에는 중앙 교회의 지원을 결단코 받지 않으려 했지만, 마탑주와 대도서관장마저 역병의 영향을 받고 말았고, 동부의 학술회에서 긴급회의가 열린 후, 동부의 마탑과 대도서관의 외곽에서 거주하는 일반인들이라도 교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마탑에서는 공식적으로 교회에 지원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그것마저도 들어주지 않고 동부의 몰락을 비웃죠. 중앙 교회의 성녀는 어떻게든 마탑에 지원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유일하게 그들의 몰락에 눈물을 흘리며 죄책감을 갖습니다. 
 
 
 에쉬 대륙력 826년 2월 15일. 
동부의 마탑이 무너집니다. 언제나 지식을 갈구하는 이들로 넘쳐나던 대도서관은 영구적으로 폐쇠령이 떨어집니다.
 
 어떻게든 자신이 여지껏 쌓아온 모든 마력을 바쳐서까지 삶을 연명하던 마탑의 수장 중 한 명이, 중앙의 교회에 대한 분노에 눈이 멀어 교회의 상징, 성녀에게 저주를 내립니다. 악마의 낙인. 대륙의 마물과 마수들이 성녀에게 몰려들기 시작하고, 푸른 빛의 신성한 눈동자에는 저주의 표식이 새겨져 성녀의 오른 눈은 빛을 잃고 잿빛으로 물들어버립니다.
 
 동쪽의 마탑이 무너지는 날, 성녀를 제외한 중앙의 모든 신관과 사제들은 신의 분노를 사 신성력을 잃습니다. 교회가 수도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신성 보호막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그 틈을 타 성녀가 받은 저주를 따라 마물과 마수들이 수도로 몰려오기 시작하죠. 수도는 말 그대로 난장판이 됩니다. 
 
 
 신성력을 잃은 교회의 장로회는 중앙 교회에서 유일하게 신성력이 남은 성녀를 지키기 위해 귀족들에게 마법사와 기사단의 지원을 부탁하지만... 중앙의 귀족들은 모두 거절합니다. 교회의 신성 마법진으로 보호를 받고 있던 중앙의 귀족들은, 마물과 마수들의 타겟이 성녀라는 것을 알자, 두려움에 떨면서 성녀를 수도에서 내쫓으려 합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악마의 낙인을 받은 성녀의 곁을 지키겠다 자원을 한 이가 바로, 평민 출신의 중앙 기사단장. 그리고 대륙을 떠돌며 방랑 작가로 유명세를 타고 있던 한 마법사가 성녀와 함께 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에쉬 대륙에 일어난 난장판을 해결하기 위해라는 명목을 가지고, 대륙 단위의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에쉬 대륙력 826년 2월 21일.
대륙 원정대 결성. 구성원 성녀 플로리아, 기사단장 샤를 로즐리테, 방랑작가 노아. 
 

[ 샤를 로즐리테 ]

 평민 출신의 중앙 기사단장.

 출신으로 인해 중앙의 귀족들에게 천대받는 일이 잦으나, 올곧은 성격으로 주군의 명에 언제나 충성을 다하며 젊은 나이에 중앙 기사단장의 자리에 오를만큼 대륙에서 손꼽힐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중앙 기사단장이 제국 상단주와 친분이 있다는 소문을 수도 내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정작 두 사람은 마주칠 때마다 치고박고 싸우는 사이이다.

 과거 서부의 대산림에서 홀홀단신으로 대 마수토벌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업적이 있다. 이 사건 이후, 중앙 기사단장의 자리에 올라 수도에 정착하였다. 그전까지는 북부를 제외한 각지에 파견되어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특히 남부 항구 도시에서는 남부 제독과 함께 해상 전투를 여러차례 승리로 이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거대한 해일이 덮쳐온 남부, 이곳은 그래도 반즈 공작가과 남부 제독의 지휘, 그리고 엘로이즈 백작가가 풀어낸 자본과 물자로 어떻게든 빠르게 상황을 수습합니다. 사람들 간의 교류가 가장 활발하였던 곳이다보니 남부는 해일의 피해에도 차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죠. 동부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역병을 피해 달아난 마법사들이 내려오기 전까지는요. 
 
 다른 지역보다 인구 밀집도가 높았던 남부의 상황은 손 쓸틈도 없이 순식간에 악화되기 시작합니다. 반즈 공작가가 뒷세계의 힘을 사용해서라도 어떻게든 수습을 해내려고 하지만, 중앙의 모든 사제들이 신성력을 잃었던 탓에 억지로 끌어올 인력조차 부족했죠. 항구 도시의 명물이었던 스카치 빵집의 주인마저도 결국 각혈을 하고야 맙니다. 그녀의 연인이었던 수도원의 견습 사제가 어떻게든 치료를 해내려하지만, 아직 사제가 아닌 그의 미약한 신성력으로 무시무시한 역병을 치료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죠. 결국 스카치 빵집의 주인은 정신을 잃고 병상에 눕고 말았습니다.  
 
 
 그때, 대륙 원정대가 남부에 도착합니다. 과거 남부에서 활약하며 스카치 빵집의 주인과 연이 있었던 기사단장이 스카치 빵집이 있는 마을에 잠시 방문하였다가 그녀가 역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성녀를 데려와 그녀를 치료해냅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곁에서 지켜보며 자신의 연인과 그녀를 치료해준 성녀를 위해 눈물을 흘린 견습 사제는 과거 중앙 교회의 장로회만큼이나 강력한 신성력을 얻게 됩니다. 
 
-당신이 쓰러졌을 때에는, 이런 미약한 힘따위 있느니보다도 못하다고 절망했는데... 이제는 제가, 당신처럼 아파하는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격스러워요, 피냐... 살아줘서 고마워요. 
 
 
 남부 항구도시의 명물, 스카치 빵집의 주인을 다시 살려낸 대륙 원정대는 남부 제독과 반즈 공작가, 그리고 엘로이즈 백작가와 함께 전술 회의를 열고, 성녀의 이름으로 남부에 흩어져있는 신성력이 남은 사제들을 모으고, 인력을 적절히 배분하여 역병을 잡아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반즈 공작가에서 뒷세계에서 연금술사들을 모아 항구도시를 덮쳐오는 해일을 막아낼 대비책을 세우는데 성공하죠. 남부의 사태를 어느정도 해결하는데 성공한 대륙 원정대는 서부로 향합니다. 
 

[ 라파엘 칼리드 ] 

 과거, 남부 수도원 견습 사제. 현재, 남부 수도원장 

 본래 남부 수도원의 견습 사제였으나, 현재 정식 사제 자리에 올라 남부의 역병 사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남부 항구도시의 명물, 스카치 빵집 주인과 연인 사이이다.
* 에쉬 대륙의 교회의 교리에 따르면 신성력을 사용하는 사제라도 사랑하는 이와의 혼례가 가능합니다. 

 
 북쪽으로는 사막지대, 남쪽으로는 대평원과 대산림이 펼쳐진 서부는... 심각한 자연재해가 찾아왔습니다. 사막지대에는 끊이지 않는 비로 홍수가 찾아왔고, 대평원에는 가뭄으로 곡식들이 모두 비틀려 메마르고, 대산림 지대에는 잡히지 않는 산불이 났습니다. 말그대로 이 사태는 그저 재앙이라고 할 수 있겠죠. 
 
 현재 동부는 완전히 무너져 마법사들의 씨가 말랐고, 남부도 아직까지는 역병과 해일의 피해 수습으로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서부는 수도에 지원을 요청하지만, 중앙 귀족들은 대륙 원정대가 떠난 이후로 꽁꽁 숨어서 다시 재가동된 신성 보호막 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남부의 역병 사태를 어느정도 수습한 대륙 원정대가 서부로 향했을 때, 서부의 첫 마을에서부터 지독한 가뭄에 폐허가 되어버린 빈 집들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대륙 원정대의 성녀와 방랑작가 사이에서도 싸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방랑 작가가 자신의 출신 지역을 성녀에게 밝히지 않았지만, 성녀의 눈에 새겨진 악마의 낙인이라는 저주 마법에 대해서 알고 있었거든요. 물론, 그가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밝히기는 하였지만, 악마의 저주에 관한 것은 교회의 대신전과 동부의 대도서관에서조차 쉽게 접할 수 있는 지식이 아니었습니다. 동부 마탑의 출신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정보였죠.
 
 어떻게든 서부의 일을 수습해야하는데, 당장 셋 뿐인 원정대 사이에서 두 사람의 사이가 묘하게 나빠지고, 기사단장은 밤낮으로 고생하면서 성녀에게 몰려드는 마수와 마물들을 물리치기 위해 애씁니다. 하지만 결국 상황이 점점 악화되자, 한 마을에서 잠시 쉬어가며 소규모의 신성 마법진을 펼치고 체력을 정비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리아, 마을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미 신성 마법진을 정비하였나요?
 
-예...? 아직이죠? 마을에서 묵을 곳을 확인하고 남은 신성력을 확인하고 마법진을 그릴 생각이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이상하게, 이 마을에 가까워지면서부터 마물과 마수들의 출몰이 줄었어요. 물론, 다행이긴 하지만... 계속 이 상황이 유지된다면, 굳이 신성력을 낭비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도 다음 목적지인, 대평원의 감자마을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성녀를 표적으로 쫓아오던 마물과 마수들이 사라집니다. 그러나 성녀의 눈에 남은 저주의 표식은 여전했죠. 하지만, 덕분에 기사단장은 체력을 비축하면서 마을에서 편히 쉬어갈 수 있게 됩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감자 마을에서 신세를 진 적이 있었죠. 
 
-아, 그러고보니 과거에 대산림에서 대 마수토벌을 하셨다는 소식을 교회에서 들었던 것 같아요. 정말 떠들썩했었죠. 그 때 방문하셨던 건가요? 
 
-과찬이십니다. 저는 제가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인 걸요. 말씀하신대로, 토벌 작전을 나가기 위해 감자 마을에 잠시 머물렀을 때, 이곳에서 또 만나기로 약속했던 사람이 있어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감자 마을에 다다른 원정대는 마을의 한 구석에서 옥수수 농사가 망해 울적한 표정으로 작은 곡괭이로 툭툭 삐쩍마른 감자나 캐며 멍구스와 함께 주린 배를 끌어안고 있던 아저씨...는 아니고 한 청년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청년은 과거에 기사단장과 인연이 있는 이였죠. 두사람은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듣다가, 여차저차 하다보니 감자마을 청년과 그의 반려동물은 대륙 원정대의 여정에 함께하게 됩니다.
 
 
 감자 마을에서 잠시 쉬어가며, 네 사람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결국 방랑작가의 출신지에 대한 말이 나오게 됩니다. 다같이 술 한잔 걸치고... 어떻게든 각자의 사정을 솔직하게 이야기를 할 테니, 방랑작가와 성녀의 갈등은 원만하게 해결이 됩니다. 그리고 감자마을 청년에게서 서부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방랑작가는 재앙을 해결하기 위한 묘안을 생각해내죠.

 
 해결책을 생각해냈으니, 실행을 위해 대륙 원정대는 서부의 개국공신 가문인 멜리가 공작가에 방문합니다. 방랑작가는, 과거에 동부 마탑에서 현자라 불리던 이름에 걸맞게 사막지대에 홍수가 일어난 기상 현상을 남부의 대산림지대와 대평원으로 옮겨내는 마법진의 설치를 계획합니다. 이제 일행들에게 출신지를 숨기지 않고 떳떳하게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대마법사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대마법사라고 해도 기상이나 시공간과 관련된 마법에 천부적인 자질이 없는 이상, 대륙 단위의 대마법진을 홀로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죠. 게다가 동부 마탑이 무너진 상황에서, 실력있는 마법사의 인력들을 바로 찾아내기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곤란한 차에...자, 우리 수도의 상황을 다시 한번 봅시다. 지금 이곳에서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나고 있네요.  
 

 [ 엔 멜리사 ] 
 
 개국 공신 가문의 멜리가의 공녀.

 사교계에서는 특유의 분위기와 인상으로 인해 악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으나, 그녀와 관련된 소문의 진위여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검술에 재능이 있으나, 가문의 만류로 인해 정식적인 교육 절차는 밟지 않았다. 멜리가 공작가의 영지에서 주기적으로 열리는 야시장에서 공녀와 유사한 인상의 인물에 대한 목격담이 돌곤한다. 

 북부의 라인하트 공작가와 서부의 멜리가 공작가는 과거서부터 가문 간의 사이가 좋지 않았으나, 사교계의 여왕인 라인하트 공녀와 멜리사 공녀는 매우 친밀한 관계로 알려져있다. 

 


 

 1부 中

 
 
 대륙 원정대의 기사단장과 절친한 사이인, 제국의 상단주가 프로스트 후작과 손을 잡고, 성녀를 내쫓은 중앙의 귀족 가문들의 자금과 물자를 모조리 끊어버립니다. 제국 상단주와 프로스트 후작과의 협상에 이기지 못한 귀족들이 억지로 붙잡고 있었던 중앙의 인력들을 풀어주기 시작하면서 동서부에 파견을 지원하는 이들이 나타납니다. 
 
-어차피 수도의 신성 방어막은 다시 발동되었고, 악마의 낙인이 찍힌 성녀도 이곳에 없는데... 굳이 마법사와 기사들을 묶어두실 필요는 없잖아요? 백작님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를 볼 일이 아니랍니다.

 
 성공을 위해 중앙의 수도로 올라왔지만, 고향이 난장판이 되었음에도 글러먹은 귀족들의 압력으로 붙잡혀있던 이들이 다시 동부와 서부로 돌아가 고향을 자력으로 구제하기 위해 힘쓰기 시작합니다. 
 

[ 테키니아 토텔리스 ]

 제국 상단주

 중앙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을 묻는다면, 바로 그녀의 이름이 나올 정도로 수도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뒷세계에서 오래도록 구르며 고생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승승장구하며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다. 

 중앙 기사단장과는 어렸을 때, 옆집 소꿉친구 사이이다. 

 중앙 교회 소속의 고아원 출신으로 성녀와 미약한 인연이 있다. 과거, 뒷세계의 유명인 대 괴도와 동업을 했던 것으로 추정되나 어디까지나 소문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오스카 프로스트 ] 

 프로스트가의 후작. 

 프로스트 가는, 중앙의 사교회에서 미술품을 거래하고 거리의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에는 일반적인 중앙 귀족과 마찬가지로 서민들을 착취하는 글러먹은 가문 중 하나였지만, 현 후작이 가문을 이끌기 시작하면서부터 평판이 완전히 바뀌었다.

 공식적인 입장으로는 제국 상단주와는 비지니스 파트너 관계로 알려져있지만, 두 사람 사이에 비공식적인 무언가가 있는 것으로 수도에 소문이 만연하에 퍼져있다. 

 사교회에서의 한 사건을 계기로 북부의 두 공작과 남부 제독, 아벨라르 백작가와 친분이 두터워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알려드립니다.
현재 대산림 동쪽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습니다. 북서쪽으로 번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해당 숲을 지나고 있는 피난민들은 세이렌을 쫓아 다른 곳으로 대피해주세요. 
 
무너지지 마세요.
다시 일어나서 걸어주세요.
북쪽의 홍수의 영향으로 강줄기는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아스트레이아 백작가에서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희망을 잃지 마세요.
 
 

 자연재해로 인해 난장판이 된 서부에는, 어느 날부터 매일 아침마다 희망을 외치는 목소리를 담은 푸른 새들이 널리 퍼지기 시작합니다. 푸른 새들의 이름은 세이렌. 아스트레이아 백작가의 자제들이 소환술을 이용해 대륙의 상황을 확인하고 피난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합니다. 
 
 역병으로 난리가 나있던 동부에는, 마탑을 뛰쳐나갔던 후계자가 다시 돌아옵니다. 과거의 마탑에서 금기시 하였던 흑마법을 익히고 돌아온 그는 역병으로 죽은 마법사 인력을 흑마법으로 다시 되살려 마탑을 재건하기 시작하죠. 
 
 멜리사 공작가에서는 수도에서 돌아오는 귀중한 인력들을 최대한 모아 방랑작가의 대마법진 설계를 돕습니다. 북부의 라인하트 가에 연락을 보내 기상 현상 전이 대마법진의 설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들을 전달받습니다. 북부에는 기상과 관련된 마법의 전문 서적들이 가득한 누블레도 가가 있으니까요.  
 
 
 세이렌이 전하는 목소리를 듣고 절망 속에서 다시 일어난 이들이 아스트레이아 백작가에 모여듭니다. 일부 약탈자들이 그릇된 마음을 품고 찾아가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목이 쉬고 기력이 다해 쓰러지더라도. 
 
 
 에쉬 대륙력 826년 8월 3일. 방랑작가의 기상 현상 전이 대 마법진이 성공하면서, 서부의 대재앙은 어느정도 해결이 됩니다. 방랑작가는 이 날을 기점으로 대륙에서 대 현자로 널리 불리게 됩니다. 
 

 [ 노아 ]

 과거, 방랑 작가. 현재, 대 현자. 

 동부 마탑 출신으로, 과거에 이른 나이에 대마법사에 올라 현자의 이명을 얻었지만, 마탑에서 뛰쳐나와 출신지를 숨기고 방랑 작가로 대륙을 떠돌았다. 중앙의 수도에 잠시 정착하였다가 성녀를 따라 대륙 원정을 떠나게 되었다. 

 서부 사막 지대와 대 산림 지대의 기상 전이 대 마법진을 설계하여 성공으로 이끌어 낸다. 이후, 대륙에 널리 대 현자의 이명이 퍼지게 된다. 

 
 동부에도 수도에서 돌아온 인력들이 마탑의 재건과 대도서관의 정비를 위해 힘쓰기 시작하지만... 아직 이곳은 역병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도 마탑을 뛰쳐나갔던 후계자에 이어 새로운 인물들이 찾아오죠. 남부의 수도원장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빵과 디저트를 만들어내는 베이커리의 사장님 그리고, 남부에서의 지원 인력과 함께 동부에 찾아와, '스카치' 단체의 이름이 널리 퍼지며 구호활동이 시작됩니다. 
 

 [ 피냐타 스카치 ]

 에쉬 대륙, 아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과 디저트를 만드는 남부 항구 도시의 명물, 스카치 빵집의 주인장.

 동부 스카치 구호 단체의 리더. 

 동부에서 전해온 역병에 걸렸지만, 성녀의 가호로 살아남았다. 대륙 원정대의 친구들과 다시 만나면, 그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버터 스카치 파이를 만들어주기로 약속하였다.

 대륙 원정대가 서부로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엘로이즈 백작가의 지원을 받아 연인인 남부 수도원장과 함께 동부로 구호활동을 나선다.  

 


 
 

 1부 下

 
 
 
 대륙 전체가 난장판이 된 상황에서도, 각지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동부에는 새로운 마탑주가 살아남은 마법사들을 모아 마탑을 재건하고, 스카치 단체가 구호활동으로 역병을 차차 잡아가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대 도서관. 폐쇄된 지식의 창고에서 여전히 역사와 정보를 온전히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서들이 남아있습니다. 
 
 대현자의 기상 전이 대마법진의 영향을 받지 못하는 서부 지역에는 재앙이 지속되고 있지만, 멜리사 공작가와 아스트레이아 백작가에 모인 이들이, 대 산림의 남은 불길을 끄기 위해 힘을 합쳐 노력하고 있습니다. 희망을 담은 세이렌의 목소리는 대륙 전체에까지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남부는 몰아치듯 쉴새없이 몰려오는 해일에도 아직 굳건히 버티고 있습니다. 남부 제독의 지휘로 해일에 피해를 입은 지역을 다시 재건하고, 엘로이즈 가와 반즈 가에서 남부 수도원을 지원하여 역병을 잡아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성녀와 현자, 기사단장과 감자마을 청년, 그리고 그의 반려동물 멍구스로 구성된 대륙 원정대는 멜리사 공녀에게 최북단에서 타 대륙의 나라와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남서부의 사막지대를 지나, 북부의 설원으로 향합니다.
 
 
에쉬 대륙력 826년 8월 21일. 대륙 원정대 북부로 이동. 구성원 성녀 플로리아, 기사단장 샤를 로즐리테, 방랑작가 노아, 감자마을 청년 케일럽 브라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이에게 공평하도록 찾아오는 죽음이 가장 선명하고도 가까운 곳. 언제나 지척에 머무르는 마물과 마수들의 공포와 살을 베어내는 추위를 이겨내며 살아가는 북부의 사람들은 다가온 죽음 앞에서도 오롯이 침묵할 뿐. 목구멍을 타고 뱉어지는 단말마는 세상을 새하얗도록 고요하게 덮어내는 눈 속에 묻혀질 뿐이니.
 
 
 차가운 눈 밭 위에서 신이 난 듯 그의 주인 곁을 빙글 돌다가 신나게 달리며 꼬리를 흔들던 멍구스가, 새하얗게 덮힌 눈 사이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짧게 컹! 짖었다. 케일럽은 어느새 새하얀 도화지에 찍힌 작고 둥근 점이 되어버린 멍구스를 쫓아 일행들보다 빠르게 걸음을 옮기다, 멍구스가 멈춰선 곳의 곁에 서서 쌓인 눈 사이로 툭 튀어나온 가죽 간판을 한 손으로 쓸었다. 손 끝에 닿아오는 희고 서린 감각은 반 평생을 옥수수와 함께한 그에게도 이제는 충분히 익숙해져있었다. 간판을 덮고있던 눈을 털어내고 나니, 철판과 같이 딱딱한 가죽에 선명하게 새겨진 글씨는 설원에 찾아온 이들에게 상냥하면서도 살벌한 인삿말을 전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여.


가장 척박한 땅에서
당신들이 굳건히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북부에 가까워질수록, 감자마을에서부터 잠잠했던 마물과 마수들의 공격이 다시금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설원의 마물과 마수들은 혹독한 추위와 척박한 대지에 적응하며 살아남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것들보다 더 사납고 겁대가리가 없었죠. 하지만 기사단장과 대현자가 여전히 성녀의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감자마을 청년과 멍구스도요. 
 
 기사단장도 중앙에 방문한 북부의 귀족들을 몇번 만나보았겠지만 설원에 직접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물론, 기사단장이나 대 현자는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성녀님이 역시 제일 무리를 하고 있었죠. 고된 여정을 다니면서, 마물들의 타겟이 되어 잠도 제대로 못자는 상황에... 중앙의 수도의 신성 마법진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성녀 한사람 뿐이었으니까요. 정작 성녀와 그 일행을 쫓아낸 수도에서는 성녀의 도움 없이 역병과 재앙의 영향을 막아낼 수 없었습니다. 
 
 
 북부에서 다시 시작된 마물과 마수들의 습격과 설원의 끝없는 추위에 점차 지쳐가던 대륙 원정대의 눈 앞에 저 멀리 거대한 성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죠. 성녀를 노리고 몰려드는 마물과 마수들이 설원 위에 가득 몰려들기 시작했고- 갑작스레 흔들리는 땅, 그래요 지진이 일어납니다. 대륙에 찾아온 재앙은 여전히 진행중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북부도 마찬가지였죠.
 
 꽁꽁 얼어붙은 눈의 땅이 갈라지고, 땅에서 천둥이 일듯이 우레와 같은 굉음이 울립니다. 시야를 하얗게 점멸시킬 정도로 내리는 폭설 속에서도,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드는 사나운 마물과 마수들에 기사단장과 대현자가 힘을 써보지만 결국 닥쳐오고만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북부에 눌러앉은 백금발의 정령사. 그와 그의 대공을 둘러싼 소문은 사교계에서도 무성하지만, 북부에서 차마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았던 바람의 정령사가 나타나 대륙 원정대의 일행들을 바람의 마법으로 둥실 띄워, 마물과 마수 떼로부터 멀리 떨어트리고- 북쪽의 방어마법진 안으로 들여줍니다. 그러곤 성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놀랍다는 투로 입을 열죠. 
 
-우와... 당신 도대체 어떻게 살아서 여기까지 온거야?
 
 

북부의 대방어 마법진

 북부의 영지민들이 거주하는 구역의 가장자리에는 거대한 성벽이 존재한다.

 에쉬 대륙의 제국 건국서부터 백여 년간 쌓아온 대성벽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언제나 끊이지 않는 북부의 사나운 마물과 마수들의 습격으로 보수공사가 계속 이어졌고, 북부의 영지민들은 거대한 성벽 안에서도 항상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에쉬 대륙력 81X년.

 
에쉬 대륙의 최북단의 영지의 주인인 누블레도 공작은, 북부의 대 성벽을 경계로 영지를 지키는 대 방어 마법진을 설계하고, 방랑 마법사이자 그의 친우의 도움을 얻어 시전에 성공한다. 

 북부의 대 방어 마법진은 동부 마탑에서도 흥미를 가질 정도로 완성도와 활용도가 뛰어난 마법진이다. 관리자에 의해 철저하게 개폐가 조정되며, 관리자가 목숨을 잃지 않는 한 그의 승인없이는 방어 마법진을 억지로 깨트릴 수 없다.

 북부의 대 방어 마법진의 개폐와 관련된 서류 절차는 라인하트 공작가를 거쳐 승인을 받을 수 있으나, 총체적인 관리 권한은 누블레도 공작에게 있다. 

 
 
 
 북부의 대방어 마법진 내부는 마물과 마수의 공격에 안전했던 덕분에, 대륙 원정대는 마음을 놓고 자신들을 구해낸준 정령사와 대화를 나누며 북부의 상황을 전해듣습니다. 
 

 설원의 두 공작가는 전쟁이 시작됨과 동시에 대 방어 마법진을 조정하여 성벽이 둘러싼 영지 전체로 마법진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방어 마법진은 다행히 지진의 영향력도 줄여주었던 덕분에 대륙 전체가 난장판이 된 상황에서도 이곳의 영지민들은 비교적 무사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곳은 최북단의 전쟁으로 인해 상황이 차차 악화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미 충분히 악화되었죠. 물론, 대 방어 마법진 안은 안전했지만, 타 영지와의 교류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북부는 가뜩이나 척박한 땅에서 최대한 물자를 아껴가며 오롯이 자력으로 공성전을 이어갑니다. 에쉬 대륙의 개국 공신 가문인 누블레도 가는 북부 설원의 특성으로 인해 대 성벽 내부에서는 독립적인 군사 지휘권을 가졌던 덕분에, 라인하트 공작가와 함께 전쟁을 하기 위해 찾아온 타 대륙을 상대로 오랜 시간을 버텨냅니다. 
 
 설원의 두 공작가가 대 방어 마법진을 영지 전체로 확장시킨 것은, 최북단의 전쟁에서 어떻게든 승리를 이끌어내기 위함이었고, 혹여 패배하더라도 남부에서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지만... '용의 심장'에 문제가 생긴 영향으로 대륙 전체가 난장판이 된 것은 그들에게도 예상 밖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전쟁은 쉴틈없이 이어졌고 이미 각오를 다짐한 일을 다시 논의할 여유는 없었죠.  
 
 덕분에 북부의 전쟁 소식은 그들과 주기적으로 교류를 이어가던 가문이 아닌 이상, 전해지지 않습니다. 물론, 중앙 수도의 고위귀족 층에는 관련된 정보가 전달되었지만, 그들은 입을 싹 다물고 모른 척을 하죠. 다른 지역에서는 갑작스레 찾아온 재앙으로 인해, 고요한 설원에는 신경쓸 여유가 없었고, 일반 서민들도 살아남겠다는 이유로 가뜩이나 춥고 살벌한 땅에 발을 들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여기 네 사람이 이 설원의 땅에 찾아오고 말았네요.
 
 
-이런 전쟁통 속에 여기는 무슨 일로 찾아온거야? 저기 성녀님이라는 분이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아서 일단 들여보내주긴 했지만... 다시 돌아가는 게 좋을 걸. 그래도 아래쪽은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지만- 여기는 뭐, 내 애인이랑 친구가 죽으면 바로 전멸이라.
 
 
 
 백금발의 정령사는 살가우면서도 체념한 말투로 네 사람에게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묻습니다. 그야 당연하잖아요? 전쟁의 땅에 스스로 발을 들이는 사람들이 어디있겠어요. 죽을 곳을 찾으러 온 것이 아니라면.
 
 마침, 대 현자 씨가 동부 마탑에 있을 시절, 북부의 대 방어 마법진 설계 이후 북-동부 간의 교류가 이어졌던 덕분에, 그리고 기사단장도 중앙의 사교계 파티에 어쩔 수 없이 참여했거나, 호위를 맡을 일이 있었어서 북부의 두 공작과는 안면이 있었죠. 두 사람이 소식을 전해듣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 찾아왔다고 둘러대곤, 누블레도 공작과 라인하트 공작이 전쟁 중인 최북단으로 가고 싶다고 제안합니다. 바람의 정령사는 네 사람을 잠시 말리다가, 결국 전쟁이 일어나는 최북단으로 보내줍니다. 대신, 성녀님께 바람의 정령을 붙여주며 전멸하기 전에 부르라고 말하면서.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고 내가 말로 전한 것보다 그쪽은 상황이 많이 안 좋을거야. 우리도 전쟁이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몰랐으니까... ...각오를 하고 가는 게 좋을 거야. 안녕, 살아서 만나길 기도할게. 
 
 
 네 사람은 정령사를 작별 인사를 뒤로하고,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최북단에 다다릅니다. 역병이 도는 동부는 곡소리와 신음 속에서 죽음이 다가왔다면, 북부는... 죽음에 저항하는 이들의 단말마조차 새하얀 눈 속에 파묻히며 그저 고요함 만이 흐르는 곳이었죠. 이미 다른 난장판, 남부와 서부를 겪고 지나온 대륙 원정대조차 오롯이 살상을 목적으로 한 무자비한 전장에서는 그저 침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2, 3부와 외전은 다음 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