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양커] 로그

이제, 하늘에 별이 얼마나 더 떠오를까. 무수하게 밝아서 앞을 보지 못할 정도이려나.

CHAM_B 2020. 12. 26. 13:32

* 트위터 커뮤니티 [타들어가는 양피지의 잿더미 속에]의 하늘의 12월 26일자, 로그 글입니다. 

* 페리... 루본... 아이나르... ....노아, 엑토르, 제넌, 슈아... 마지막으로 아르... 다른 친구들도 모두... 미안해... ... 보고싶다... 

 

 

 

 

서늘하도록 차가운 천자락 위, 가지런히 놓인 양피지 하나, 둘 

 

정갈하도록 딱딱한 서랍장 안, 깔끔하게 놓인 양피지 하나, 둘, 셋, 넷, 다섯

 

정적만이 흐르는 서재 안, 어둠 속에 놓인 편지 하나

 

멍청한 헛소리 하나

 

 

 

 

 모든 것 내려놓고, 그저 초연하게 웃었다. 그래, 이제 어찌 되든 상관없어. 원래부터 그랬잖아? 과정이 어찌되었든 이 길을 택했다면, 그에 대한 각오를 하고 합당한 대가를 치뤄야지. 

 

 간절히 바라컨데, 일곱 번의 만월을 보기를 원하니. 나의 바람과 미래와, 빛을 잃은 방황이 더 이상 존재치 않기를. 별빛 한 점 없이 아득하도록 검은 하늘이라면, 너를 기억하면서 별을 찾을게. 기억하는 사람은 남았는데, 잊어줄 사람이 없네. 그렇지, 로빈? 내 평생의 후회. 그리고 사랑. 

 

  아득하도록 흐린 하늘이더라도 결국 그 너머에는 너희가 있으니까. 일곱 개의 별들과 그리고 앞으로도 더 새겨질 빛들을. 그저 두 눈을 감으면, 이제는 그 빛을 볼 수 있을겠지. 

 

 널부러트렸던 양피지를 모두 가지런히 정리하고, 꽃병에 고이 넣어두었던 푸른 수국을 꺼내어, 흰 리본을 감았다. 화사하도록 피어난 꽃이 오래도록 푸른 빛을 띄기를 바라며. 너희가 바란대로, 마지막 염원은 친히 이루어줄테니.

 

 그러니 ... ...어떻게든 오래도록 살아남아야겠지. 금방 가겠다 했는데, 생각보다 늦을 것 같네. 어쩔 수 없었어... 너희랑 엮인 일은 마음대로 되는 게 없었으니까....다, 그만두고 싶지만... ...기억해달라고 했으니까. 반 년만 참아볼게.

 

 

 

하나, 페리윙클 라인하트의 시신은 라인하트가에게 전달. 반지와 함께. 바이올렛 라인하트에게 반년 간의 후계 교육 후, 누블레도 가의 모든 권리와 상속을 위임. 원치 않는다면 어쩔 수 없고. 

 단, 결코 가문의 어느 누구의 초상화도 그리지 말 것, 저택에 그 누구의 초상화도 걸어서는 안될 것, 발견하는 즉시 모두 태워버릴 것. 

 

 하나, 루본 콜로라도의 시신은 당신의 친구의 무덤 옆에. 담요와 리본도 함께. ...글 내용은 궁금하니까 한번만 읽어 볼래. 미안, 믿지 말라고 했잖아. 

 

 하나, 아이나르, 그의 비석의 새겨질 이름은 그가 원하는 대로. 그가 가진, 장신구는 모두 함께. 십자가는... 그래, 스카치 빵집에 전해줄테니 알아서 하라고 할게.

 

 하나,  노아의 시신은 엑토르가 저택과, 책 열 권과 함께 불태우도록. 마지막 여행은 바다로. 남은 책은, 누블레도 가 저택에서 보관할게. 심심하면 가끔 읽어야지. 루본 것도 읽는데, 왜 네 것도 공평하게 읽어야지. 안 그래?   

 

 하나, 아벨라르 엘로이즈의 시신은 두 개의 반지와 함께. 

 

 하나, 엑토르 센디멘트의 시신은 당신의 어머니의 옆에. 비석에는 [영원한 너의 친구, 엑토르 언더 센디멘트]. 귀걸이는 저택과 함께 태울게. 미안하고, 고마워. 

 

 하나, 제넌 아브란테의 시신은 그의 집으로.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잘라서... 마침 나도 자를 생각이었으니. 

 

 

그리고...

 

하나, 블루벨 가 방문. 마지막 만월이 떠오르는 날. 그때 즈음이면, 새 꽃이 필테니까. 자색 수국은 좋아하니?

 


 

 기억이란 소중한 것이다. 누군가의 마지막 바람으로 결국 다시는 떠오르지 못할 사그라진 잿더미가 되어버리더라도. 양피지에 새겨진 이야기가 끝나면 그 결말이 어떠하였더라도. 이어지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영원토록 행복할 것이라 믿으며... 아득하도록 펼쳐진 흐린 하늘이, 그 너머에 맺힌 빛을 보며 홀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를, 나는 진실로 그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