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양커] 위치대화

있지. 오늘 쌍둥이 자리에서 유성우가 내린다던데, 같이 보러갈까?

CHAM_B 2020. 12. 14. 07:00

 -라고... 언젠가, 네게 물었던 적이 있었지. 

 

  첫 눈이 검은 호수에 잔잔히 스며들도록 내리고, 그날 밤의 하늘은 구름이 끼어 흐려져 갔지만. 차오르는 구름 너머로 선명하게 떨어지는 빛의 향현은 놀라울만큼이나 아름다워서. 밤하늘 아래의 만남을 기약하고, 너와 함께 했던 나날들은 당연히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어. 평화롭고, 일상적인... 일부러 입꼬리를 억지로 당기지 않아도, 자연히 별 하늘 아래의 너를 시야에 담을 적에- 자연히 미소가 그어지던 그때의 기억이. 추억을 되새겨 보라 한다면, 언제든 잊지 못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닿아오는 감각이 지나칠 정도로 선명해서, 제게 뻗어오는 네 손길을 보았음에도 뿌리치지 못했다. 물끄러미 과거의 잔재처럼 남은 그 연결을 그저 바라만 보다가 조심스럽게 끌어당겨 제 뺨에 닿게한다.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한 악몽처럼, 제게 내려진 이 아득하고 비극적인 현실이 네 온기로 조금이나마 무너져내릴까, 기대하면서. 우습게도... 결국 너도 그 꿈 속의 인물이었으니, 그런 일은 없겠지만. 나른하게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면, 울고 있는 너의 얼굴이 눈앞에 보인다. 네 가는 뺨을 타고 흐르는 물기를 지워내주기에는, 더 이상 그 무엇도 남기길 원치 않았기에. 그저 조용히 네 손을 놓아줄 뿐이었다.

 

 

 " 미련하게, 끝난 이야기를 질질 끌어봤자. 남는 건 상처 뿐일텐데-... 하지만, 그래. 네 말대로, 아직 이 비극이 끝나지 않았다고 해서...
굳이, 내가 여기서 뭔가를 더 노력하고, 멋대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막연하게 언젠가는 행복해질거라고 믿기에는... 너무 바보같잖아. " 

 

 우리는 소설 속 주인공들도 등장인물도 아니야. 비극에 맞서 싸울 바에 그냥 순응하고, 따르는 것이 어떻게든 생을 연명해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 ...난 더 이상 밤하늘을 보고 싶지 않아. 어차피 이제 내 앞에는 흐린 하늘만 가득할 텐데. 내가 굳이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올려볼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어차피, 우리는 그저 별이 내리는, 밤하늘 아래서의 짧은 약속을 기약할 뿐인 사이였잖아. 안 그래? "

 

 존재하지도 않는 허상을 함께 찾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더라도, 그저 곁에만 있어달라는 부탁을 하기에는- 내가 너무 이기적이잖니. 내 가족조차 들어주지 않은 바램인데. 

 

 

 " ... ...네가 다가오는 건 상관하지 않을게. 어차피, 그건 네 의지고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니까. 그렇지만... 결국 언젠가, 너도 날 포기하게 되겠지.
결국 그것도 네 선택이니 무어라 할 생각은 없어. 그저, 내가 원하는 건. 내 눈에 거슬리지만 말아달라는 거야. 그러니...

 

 

 

 멍청하게 울지말고. 지금은, 제발 내 앞에서 사라져. 그 꼴도 거슬리니까. "

 

 

 

 

... 

 

왜 자꾸 기대하게 하는거야? 어차피 결국 모두 떠나가 버릴 텐데. 평생토록 함께하고 싶었던 내 가족마저도 나를 배신했는데, 너희라고 다를 게 없잖아. 아무리... 행복했어도, 결국 빛바랠 기억이 되버릴텐데. 

 

 차라리 멍청하다고 욕해. 어리석다고 비난하고, 날 외면하지 그래. 상처받고 영영 내 곁에서 떠나달라고 일부러 그러는 거잖아. 왜, 눈치를 못 채. 너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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